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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포폐암 확장기 환자 가족의 이사 준비

빨간팬더 2020. 4. 18. 03:49

 

2월 중순쯤에 보라매병원에서 아버지 소세포폐암 확장기 판정을 받은 후 최근 몇 달 동안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아버지의 암이 다른 폐암에 비해 진행이 워낙 빠르고 예후가 좋지 않은데다가 워낙 전이가 많이 된 상태의 소세포폐암 확장기이다 보니 생각을 하거나 망설일 시간도 없이 바로 항암을 시작해야 했거든요

 

조직검사를 위해 입원한 상태에서 몇 가지 추가검사를 하고 바로 시작한 표준항암치료

 

 

만약 소세포폐암이 아닌 다른 종류의 폐암이었다면 이렇게 빨리 항암치료를 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

 

요즘은 폐암 항암치료도 연구가 많이 돼서 몸에 무리가 많이 되는 화학적 항암치료가 아닌 다른 항암 방법의 기회가 열려 있는 분위기이거든요

만약 검사 결과 암세포에 유전자변이가 있을 경우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표적항암치료를 받을 수도 있고 몸의 면역기능을 증폭시켜서 암세포를 없애는 면역항암의 기회도 있을 수 있고.. 개인의 상태와 병원에 따라 여러 가지 임상의 기회들이 열려있는 것이 폐암이기에..

만약 소세포폐암이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몸에 무리가 덜 되는 항암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병원에서 교수님들을 만나봤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미 진행이 많이 되어버린 소세포폐암 확장기 환자에게 다른 선택이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지금 아빠에게 중요한 것은 하루라도 빨리 항암치료를 시작해서 급속한 암의 진행을 막는 것이었기에.. 혈액종양내과 교수님의 판단을 믿고 바로 백금계열 항암제인 에토포사이드+카보플라틴 표준항암치료를 시작한 것이랍니다

 

2월 19일경에 시작을 했으니 벌써 두 달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아버지는 이번 주 벌써 항암주사 세 번째 싸이클을 맞고 계시답니다

3~4주마다 3일동안 항암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간수치나 백혈구수치 등 몸 상태가 따라주지 않으면 항암주사를 맞을 수가 없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하면서 관리를 하고 있어요

 

 

 

 

어디 시골에라도 내려가서 좋은 공기 마시게 해드리고 싶은데 그건 어려우니 일단 집안에 공기청정기 두 대를 갖다놓고 창문에 강제환기 장비까지 설치를 해서 안방 공기질과 이산화탄소 수치 등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고 있고요

거의 매일 오후마다 가까운 산에 다니시면서 햇볕도 좀 쬐고 근력도 더 키우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는 요즘이랍니다

항암치료 부작용 중에서 무서운 게 입맛이 뚝 떨어진다는 건데 산에 다녀오시는 날에는 확실히 입맛이 그나마 나으신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하루하루 아버지의 체력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차로 15~20분거리이기는 해도 매일 운전을 해서 산에 가야한다는 게 늘 마음에 걸렸어요

게다가 지금 부모님이 6년째 살고 있는 아파트는 기찻길 옆이라 유난히 공기질이 더 안좋기도 하구요


전세계약 만료일은 올해 7월이지만 그 전에 빨리 이사를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고 집주인 아주머니께는 2월에 말씀을 드렸습니다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이미 작년 12월에 따님이 들어오고 싶어 하신다고 이사 이야기를 한번 꺼내신 적이 있어서 바로 오케이 하실 줄 알았는데 그 사이 상황이 바뀌었는지 쉽지는 않았어요

강남순환고속도로 때문인지 6년 동안 금천구 부동산 시세가 너무 많이 오르기도 했구요 그래서인지 집주인 아주머니는 전세보다는 매매를 원하시는 것 같았고..

다른 세입자를 찾더라도 집 컨디션에 비해 전세금액을 너무 많이 올리려고 하셔서 세입자 찾는데 꽤 오래 걸렸어요

이사날짜가 확정되지 않으니 그동안은 그냥 동네 찾는 거랑 전세 시세 파악 위주로만 집을 보러 다녀야했구요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언제 이사할 수 있을지를 모르니 그냥 떠나보내야 했던 집들이 수두룩이었어요

그래서 한동안은 집보러 다니는 거 포기하고 주말마다 집 보여주느라 바쁜 요즘이었는데요

드디어 세입자가 확정이 돼서 오늘 오후에 계약을 한다는걸 알게 됐어요

그것도 집주인 아닌 공인중개사 통해 알게 됐는데 이사날짜가 넘 빠듯해서 이번 주 다시 급하게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구요

전세가 워낙 귀한 서울이라 경기쪽으로 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우리 가족이 서울시주택공사에서 받고 있는 혜택이 있어서 포기할 수가 없다보니까 더욱 쉽지 않았던 전셋집 찾기

폐암환자 가족 입장에서 찾는 집은 조건이 또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는 요즘이에요

그 상세한 이야기를 기록 차원으로 블로그에 남겨볼까 합니다

서울에 계시는 다른 폐암환자 가족분들에게도 참고가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