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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돌아가신지 1년 3개월 우리 세 식구는 조금 더 단단해지는 중

빨간팬더 2022. 10. 24. 12:17

카카오 사태가 터진 다음날

 

티스토리 블로그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티스토리 블로그가 자리를 잡으면 네이버 블로그보다 수익성도 있고 티스토리만의 매력이 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덜컥 티스토리 계정을 만들기는 했지만 애초에 나는 수익형블로그를 운영할 성격이 못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저 기존 운영하던 네이버블로그보다 좀 더 내밀한 이야기들을 티스토리에 가끔 올려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두고 있었다.

 

고민 끝에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

 

맨 처음 목표로 했던 티스토리 게시글 30개 달성이 얼마 안 남은 것 같기는 한데 30개 채우고 나서도 바로 애드센스 신청은 못할 것 같다.

 

마음 먹으면 검색노출 잘 되는 글 충분히 쓸 수 있지만 글쎄.... 좀 더 고민이 필요할 듯.

 

 

아빠 돌아가신지 벌써 1년 3개월.

 

그 사이 나는 1년 동안 온라인예배만 드리고 있던 동네교회를 찾아가 등록을 했고, 엄마는 요양보호사가 되었고, 우리 가족은 조금 힘들게 이사를 했고, 얼마 전 나는 퇴사를 했고....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견디기 힘들고 이해할 수 없는 시간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감사한 일들도 한가득이다.

 

 

 

60대 중반 엄마와 30대 후반 아들딸 모두 내향형 인간들이라 우리집은 대체로 조용한 편.

 

세 사람 모두 술이나 술자리를 즐기지 않고 식성은 제각각인데 따뜻한 차 마시는 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 중 하나.

 

물론 세부적인 차 취향은 조금씩 다른 것 같기는 한데 수국차는 세 사람 모두 좋아하는 듯?

 

작년에 서울역 옥상정원에 있는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에서 처음 만난 수국차!

 

 

수국차는 이슬차, 감로차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 꽃 수국(품종은 조금 다를 수 있음)의 잎을 말려 차로 만든 것이라 한다.

 

수국차라니 이름만으로는 국화차처럼 꽃향기가 날 것 같은 느낌이지만 마셔보면 모두가 그 오묘한 단맛에 깜짝 놀라는 차!

 

깊은 단맛과 은은하게 시원한 박하의 맛도 느낄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차다.

 

길쭉한 찻잎 두 줄기만 넣어도 이렇게 예쁜 색깔로 우러나는 수국차.

 

서로 깊은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가끔 이렇게 모여 차를 마시며, 밥을 먹으며 돌아가신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아빠 이야기를 해도 눈물 글썽이지 않을 만큼 조금 더 마음이 단단해지고 있는 중.